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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도 아프지도 않고 영생 할 것 같았던 배 부사장 님!

계백 (제갈홍) 2025. 1. 20. 14:26

늙지도 아프지도 않고 영생 할 것 같았던 배 부사장 님!

 

-배성환(裵成煥) 부사장 靈前(영전)-

 

'배성환' 일간스포츠부사장, 1934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군복무(보안사 초급간부)중 장강재회장과 만났다. 그 인연으로 '한국일보'에 입사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고 고위직까지 올랐던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이다. 그는 직위에 걸맞게 평범하지 않았으며, 가슴속에 숨겨둔 재능과 성장에너지가 차고도 넘쳐나도록 잘 표현해낸 매우 큰 사람이었다. ‘장기영사주 별세 후 경영권을 물려받은 장강재사장 최측근으로 급부상, 회장 비서실장 겸 업무 담당이사로 비서실 기강과 업무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구독률 향상과 안정적 점유율 확보를 위한, 선진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시스템 구축으로 체계적인 간부 교육에 활용해, 일등신문을 만들어내고야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회사의 자금사정이 넉넉지 못해 모자란 지원에도 탈출구를 찾아 최선을 다했다. 박정권이 끝나고, 전두환 군사정권 계엄에 따른 언론검열여파로 회사재정이 한계상황으로 신문사 운영이 능동적이지 못했다. 어려운 여건으로 그가 구상한 회사확장 청사진도 한계에 부딪친 나머지 불행하게도 기대했던 독자확보에 차질이 발생했다. 또한 당시 자매지였던 일간스포츠가 부진에 빠졌고, 배성환이사의 성장 청사진과 친화력을 겸비한 리더십이 절실했던 회사에서는 업무활성화 차원에서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특단을 결행했다. 그러나 회사의 지원 부족을 특유의 인화력으로 극복했지만 지원 없이 직책(부사장)만으로 성장하라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릇 크기에 비해 평범한 성적표를 받아 아쉬움이다.

 

81년도에 입사한 새내기사원(입사 후 6개월까지는 비정규직)신분인 저와, 비서실장, 업무담당 이사직을 겸해 사내에선 막강한 힘을 거머쥔 실력자 이사'와는 아득한 차이였다. 어쩌다 회사 복도에서 마주치면 고개 숙여 인사하고 피하고 싶었던 대상이었데, 이사'께선 삼촌처럼 다정한 미소로 "힘들지 좋은 날이 기다린다 힘내자"고 격려했다. 부사장으로 승진하셨고 퇴직하실 때까지 업무성격이 달라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 그러나 인연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84년으로 기억된 어느 겨울날 점심시간 식당에서 뵙고 인사드렸다. 밥값을 지불하니 저기 앉았던 분께서 계산했단다. '배부사장'님께서 식비를 결제해 주셨는데 기회가 없어 감사 인사 못해 죄송하다.

 

30년 넘도록 소식 모르고 지냈다. 지난 12월 한우회 단톡방에 불쑥(김재만 한우회장께서 올린 부고)올라온 배성환 부사장별세 소식을 접했었으나 조문하지 못했다. 뵐 때마다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감사한 마음을 조금 더 깊게 들어가 알아보고 싶었다.  배부사장과 근무했던 전직사우 10여분들의 전화번호를 수집해서 통화에 나섰다. 번호변경(011에서010으로,  3자리 국번이 4자리로 바꿔)으로, 대부분 통화에 실패했고, 2분과 통화했다. '배부사장'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인정미 넘친 인간적인 분이였다는 증언이 내 느낌과 일치했다. 그러지 않아도 변변치 못한 글 솜씨인데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열반경에 나온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 여럿이 코끼리를 어루만진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다. 감히 좁은 안목으로 거인을 욕되게 하는 표현이 혹시라도 없지 않았을까 두려운 생각이 든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배부사장'께서는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걸어간 사람이다. 퇴직 후 다양하게 확인되고 있으나 한 가지만 짚어보자, 개업한 점집이 아닌데도 사기(社旗)를 한보따리 챙겨두고 자택(서교동) 대문에 높이 계양해 두고 사시사철 청결하게 관리할 정도로 한국일보를 사랑했다는 전언이 말해주듯 남다른 애사심의 소유자였다. 건강관리도 철저하셔서 언제까지나 아프거나 노쇠(老衰)하지도 않을 것 같았던 '배성환부사장'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고 충격이다. 마지막 가시는 길 배웅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천상에서 반짝이는 별을 혜며 편안한 안식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20251월                  제갈 홍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