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특공대를 조직해서 가출한 '휴대폰' 색출에 출동!
3인의 특공대를 조직해서 가출한 '휴대폰' 색출에 출동!
제2359025047호 2025-05-24(토)
남양주시 진접읍 내각로65번길-352.8m자락-군부대철조망-천겸산능선-안내목(←3.20km정상퇴뫼산/하산길 용암리3.20km→)119 현위치표시판 왕복 소요 약 3시간 30분
3인의 특공대원<지휘본부 : 계백(70대), 특공대장 : 사위(30대), 수생대장 : 아들(30대)>
종일 흐린 날,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약하게 비 내렸고<‘최저 13도’ ‘최고 20도’>
휴대폰 분실!!! 가장 큰 난관은 기억하는 전화번호가 제로란 사실이다.
23일(금) 종일토록 찌푸리던 날씨가 더는 인내하지 못하고 조금 전부터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다.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아야겠다는 의욕에서 육탄전을 펼쳐보았지만 무기력하고 역부족했던 순간들이 부끄럽고, 괴로운 마음에 몸부림치고 있는 심정을 눈치 빠르게 읽어낸 '넋'이란 녀석이 빠져나가려고 절반은 발을 뺀 분위기라 이미 눈뜬 송장에 불과한 상태다. 그러지 않아도 어리석고 얼뜨기였던 사람이 더 맹해져서 식충이로 전략했는지 단 하나의 전화번호도 생각나질 않았다. 우선은 아들, 딸과 통화해서 분실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고 싶었으나 도무지 번호가 떠오르지 않아서 끝내 통화하지 못했다. 가시넝쿨을 헤매고 다느라 엉망진창인 복장을 대충 털어내고 옷매무새를 바로잡으며 날씨가 무덥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겨 집으로 향하며 아들 녀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당연한 기대가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아들에게 아빠가 필요한땐 언제라도 곁을 지켜 주었는데, 정작 나에게 아들의 도움이 필요한 지금 이 시간(21시40분)까지 귀가하지 않았다니 서운한 마음이 짙어진다. 사위내외를 집으로 불러 상의하려고 집전화기를 들었으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았다. 몸으로 때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비와 땀에 젖어 뭉개진 솜처럼 축 늘어진 육신을 이끌고 지하철역으로 행하는 자신의 모습이 몹시 초라하고 쓸쓸하다 느끼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지원군을 꾸려 휴대폰 색출을 다녀오기로 마음을 정했다.
지하철역 매소는 폐쇄하고 없으므로 자동 발매기를 이용해서 승차권 발매하기를 이용하려니 성가시고도 번거로운 일이다. 아무튼 딸집을 불쑥 찾아가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아빠께서 22시가 넘은 밤늦은 시간에 화급을 다투는 무슨 급한 일이시냐? 고 동그란 눈으로 바라본다. 등산도중 휴대폰 분실사실을 알리고, 지금 119구급대에 들려서 지원요청 방법을 알아볼 생각이다. 딸아이는 가까운 지구대 위치를 알아봐주고, '공(사위)서방'은 자동차로 동행해 주어야 하겠으니 준비하라 부탁했다. 딸아이가 사위를 대신해 ‘공서방’ 저녁식사하며 상당량의 술을 마셔서 운전은 안 된단다. 차선으로 사위를 대동하고 ‘119녹번동지구대’를 방문해서 위치추적을 간곡하게 부탁했으나 규정이외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허탈감 때문인지? 긴장이 풀린 탓인지? 갑자기 극심한 시장기가 엄습했다. 생각해보니 하루 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을 뿐 아니라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니 당연한 일이다. 딸아이에게 간단한 주안상 준비를 부탁해서 가볍게 한잔하고 있는데, 그때야 귀가한 아들 녀석이 지누나와 통화했던지, 아빠여기 계신다고 해서 모시러 왔다며 너스레 떤다.
자정이 지난 시간이지만 명일 일정을 분명하게 밝히고 협조 요청했다. 산속 어딘가에 떨어트린 휴대폰을 찾으러 아침에 수색 팀이 출발해야 하는데 너희의 도움이 필요하다. ‘공서방’은 벌써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아들도 당연히 동참해주겠지? 라는 물음에 마지못해서겠지만 알았다는 답을 억지춘향으로 받아냈다. 협조해 주어서 고맙구나! 그럼 ‘공서방’은 술 마셨으니 힘들겠고, 아들차로 아침 9시에 출발하겠다. 모자와 장갑. 진드기 물림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함이니 반드시 긴 소매, 긴 바지 옷과 등산화를 착용한 안전한 복장으로 즐겁게 도움을 달라고 당부하고 귀가했다.
샤워하고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지만 잡념만 가득하다.
1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이나 비와 땀에 젖었으니 개운하게 샤워하고, 바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지만 잡념만 가득하다. 술을 마신 탓인지 아니면 휴대폰과 교통카드를 분실한 허탈감 때문이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새벽 3시가 지났는데도 청했던 잠은 더 멀리 달아나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험준한 지형의 군부대 철조망과 주머니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휴대폰 생각으로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분실물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한 마음을 떨쳐내려고 뒤척거린다. 부정적인 마음과 반드시 찾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부딪치며 마음속에서 심하게 논쟁중이다. 스스로에게 안심하라고 자신을 다독이던 중에 깜빡 잠들었던지 눈을 떠보니 7시가 훨씬 지난 시간이니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정리한다.
3인(사위, 아들, 아빠)의 특공대 비장하게 출발했으나 결과는 깡통
날씨를 확인하니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흐리고 곳곳에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가 신경이 쓰인다. 간단하게 식수와 간식을 챙긴 배낭을 둘러매고, 아들이 운전하는 SV차량에 올라 역촌동에서 사위를 태우니, 3인의 수색대가 완성됐다. 역촌동을 출발 남양주시 진전읍 내각로 65번길에 도착했다. 주의사항, 수색범위와 구체적인 수색방법을 알려주고 번갈아 수시로 통화 버튼을 눌러서 벨소리를 포착하자는 일정을 설명해고 이해시키며 반드시 찾자고 파이팅!!!을 크게 3번외치고 수색에 돌입했다.
등산로가 없는 험로는 기본이고, 무성하게 자란 잡초목과 널브러진 나뭇가지들이 비에 젖어 미끄러워 주의는 필수다. 넓은 산에서 휴대폰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격려하며 3사람이 3시간 30분 동안이나 열심히 수색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서는 발걸음은 허무하기만 했다.
아이들이 검색한 식당으로 이동해 늦은 점심식사에 맥주2병, 소주2병을 추가해 ‘공서방’(사위)과 나누어 마셨더니 취기가 얼큰하게 올라왔다. 귀가해서 씻고 소파에 누웠는데 몸은 바닥으로 끝없이 가라앉았고 가슴속은 상실감으로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다.
-수색 시작점(65번길), 군부대 철조망 시작점, 휴대폰을 확인했던 마지막 지점-
희망을 잃어버리면 한낮에도 어둠뿐이란 리얼한 체험을 했다.
나에게만 지극히 국한된 개인적 사정이나 감상적인 심경인지 모르겠다. ‘휴대폰’이란 단순히 '전화기‘라고 정의 한다면 그것은 오답이다. 전화기란 개념을 초월해서 나 자신의 전부나 마찬가지의 다양한 정보를 간직한 보물 상자다. 일상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중요한 행사는 빠트리지 않도록 알람으로 알려준 똑똑한 친구로, 없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1급 비서관이다. 또 부모님 영정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가족들 사진,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영상, 중요한 업무자료, 그리고 모든 연락처(전화번호)에다가 산행정보까지 깡그리 날려버렸다는 상실감이 너무 커서 매사가 귀찮고 움직이기도 싫어졌다.
토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40시간)까지 물만 마시고 꼼짝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던 가슴앓이를 심하게 앓았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을 굳게 먹고 월요일 아침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몸은 비상사태다. 변비가 심각해 자력치유는 불가했고, 4끼를 단식한 후유증까지 발생, 가정의학과를 찾지 않으면 안될 만큼 몸이 망가졌다. 또 동사무소에 들려 지공선사(地空禪師) 카드를 재발급 받았다. 거금은 아니지만 분실한 카드에 충전해 사용하던 잔액은 카드가 없으니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불합리한 제도는 아쉬움이다. 당장 불편하니 휴대폰 분실신고와 신규 구매를 딸아이에게 위임했다. 열병을 앓고서야 일상으로 복귀서, 분실(紛失)은 곧 손실이며 상실임을 알았다. 앞으론 소지품 관리에 더더욱 신경 써야만 ’멘붕‘에 빠져드는 극단적인 결과만 없을 것을 것이고, 마음이 느슨해지면 반드시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만 한다는 소중한 체험을 교훈으로 얻었던 아주 특별한 주말이었다. -끝-.
~오라는 곳도 불러준 이도 없지만 찾아가 안기면 언제나 포근하기만 한 山을 찾아서~
2025-05-28
계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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