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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봉산과 왕산 정상에 서면, 지리산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멍 때리기” 프로젝트 마지막<필봉산-왕산-봉화산-동의보감촌>
제2334025022호 2025-03-13(목)
◆자리한 곳 : 경남도 산청군.
◆지나온 길 : 한방휴양림-여우재-필봉산-왕산-망바위-망경대갈림-둘레길-특집재-봉화산-새해맞이제단-동의보감촌(동의문-불로문-음식점)
◆거리및시간: 5시간58분(07:33~13:31) ※ 도상거리 : 약12.1km <걸음 수(步行數) : 20,059보>
◆함께한 이 : 고송부님과 계백 둘이서
◆산행 날씨 : 비교적 맑음 <‘해 뜸 06:52, ’해 짐18:33’ ‘최저 1도, 최고 12도’>
늦잠꾸러기가 어쩌다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이틀처럼 힘들다.
어제 얼어붙은 능선 때문에 고난이도를 극복하느라 피곤했던지, 아니면 주(酒)님 모시기에 열중하다 보니 주(酒)님께 지배당했는지 모르겠으나 9시뉴스 시청도중에 곯아떨어졌다. 오늘은 7시에 출발하겠다고 택시기사에게 통보했으니 시간적으로 넉넉한데도 일찍 잠들었으니 당연한 이치겠으나 1시경에 잠에서 깼다. 어쩌지 못하고 그냥 누워있는데, 잠시 뒤 등불 밝히고 화장실에 다녀와서 등불을 끄고 자나 했다. 그런대 누웠다 일어나 앉았다 화장실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 등 2시간쯤 끙끙거리더니, 더는 못 참겠는지 등불을 밝히고 씻고 들어와 TV를 시청 한다.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가 5시에 일어나 씻고 배낭을 꾸려 조금 빠른 시간 식당에 도착했으나 인기척이 없다. 읍내를 10여분 배회하고 식당으로 돌아오니 전등불이 켜졌다. 늦잠 자느라 조반은 거르는 습관 때문에 두 사람이 1일분만 주문했다. 고송부님 혼자 식사하기 민망했던지 소주1병을 추가한다.
식사는 끝났는데 콜택시가 도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나 나가려는데, 주인장께서 손님도 없는 택시도착 때까지 앉아계시라는 배려에 감사한다. 오늘처럼 어쩌다가 일찍 눈이 떠진 날은 하루가 아니라 이틀처럼 빼곡 채워지는 느낌이며, 피곤해 눈꺼풀을 밀어 올릴 힘조차 없다. 무방비로 꾸벅꾸벅 졸다가 식당 출입문 열리는 소리에 신속하게 눈꺼풀이 열리는 반응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므로 오늘도 열심히 뛰어야겠다.
-산행 들머리 한방휴양림 등산안내도, 사방 땜의 물이 너무 맑다-
지리산 ‘천왕봉’을 동내 뒷산으로 가볍게 여김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손님도 들어왔고 콜택시도착 시간이 가까워 졸음을 떨쳐내려고 밖으로 나왔다. 식당의 손님이 밖으로 따라 나오며 등산가냐? 말을 걸었고, 두 사람이 동시에 '네'라고 답했다. 다짜고짜 ‘천왕봉’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묻는다. 복장과 태도 어디에도 ‘천왕봉’을 배알하려고 준비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객기 아니면 ‘넋 나간’ 친구란 선입견일지 모르겠으나 그냥 말조차도 섞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어제는 노고단에 다녀왔으니 오늘은 ‘천왕봉’에 가려한다며 어디서 출발하면 좋냐? 물음에 ‘고형’께서 친절하게 중산리나 백무동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그 친구 다음 물음은 더 가관으로 중산리와 백무동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우이독경(牛耳讀經)인데도 안타까움에서 열심히 설명하시는 '고형'이 오늘따라 존경스럽다. 지리산 ‘천왕봉’을 서울 남산공원쯤이나, 아니면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쉽게 닿을 수 있는 노고단 주차장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에, 불쾌감이 스쳐가다가 곧바로 안쓰러움으로 변한다. ‘모르면 용감하다’하지 않았던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등산이나 천왕봉’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적도 없다가 우연하게, 노고단 주차장에 닿았고, 최고봉이 천왕봉’이란 말은 주어 들었으니 자동차로 오를 수 있다고 착각한 어리석음이 안타깝다.
-필봉산 정상은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여 조망이 매우 시원하다.-
필봉산(筆峰山) : 경남 산청군 금서면 특산리와 향양리 경계에 있는 높이 858.2m의 산이다.
금서면 일대에 자리해 선비의 고장 산청을 상징하는 산이다. 여우고개에서 보이는 필봉의 모습은 독특하다.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산의 이름대로 붓 끝을 연상해 필봉(筆峰) 또는 문필봉(文筆峰)으로도 볼 수 있겠으나, 혹자는 여인의 가슴을 연상해 유방봉, 유두봉으로 부르기도 한다. 높이는 이웃한 왕산보다 75m 낮지만 산의 모습이 인상적이라 시야에는 필봉산이 먼저 들어온다. 정상은 바윗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뾰족하고, 사방이 가파른 급경사라 여우재쪽 외에는 접근하기가 까다롭다. 산행은 국가지원지방도 60호 상에 있는 특리다리나 금서면 항양마을에서 오르는 독립 산행코스가 있으나, 대체로 구형왕릉을 들머리로 여우재에 올라 필봉을 다녀와 왕산 정상으로 해서 구형왕릉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택한다. 자가용이 아닌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으면 구형왕릉에서 왕산∼여우재∼필봉산∼향양리로 하산하는 종주코스도 좋다. 향양리 코스는 거의 일직선이라 할 만큼 가파르다. 그러나 정상 부근을 벗어나면 부드러운 흙길인데다 오솔길이 정감 있어 하산은 힘들지 않다. 전체 산행시간도 4시간 30분 정도라 이상적인 코스이기도 하다.
-이웃한 필봉산 보다 75m가 높은 왕산 정상의 전망은 장관이다.-
왕산(王山) : 경남 산청군 금서면 특산리와 향양리 경계에 있는 높이 925.6m의 산이다.
원래는 태왕산이었는데 왕의 기운을 품었다 해서 왕산으로 불리며 산청군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이 눈부시다. 멀리 가야산부터 지리산 천왕봉까지 마주한다. 황매산과 둔철산, 경호강 등 산청을 에워싼 산들과 산청을 굽이쳐 흐르는 강줄기가 한 눈에 들어와 눈을 즐겁게 한다. 가락국(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이야기를 품은 구형왕릉과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이 활쏘기를 했다는 사대(射臺)가 있는 왕산은 금서면 일대에 높이 솟아 있다.
-군청과 인접한 봉화산 봉수대와 새해맞이제단 풍경이 시원하다.-
봉화산(烽火山) : 경남 산청군 금서면 특리와 신아리에 자리한 높이 527.7m 산이다.
옛날에 봉수대(烽燧臺)가 있던 산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위급한 사항을 급하게 중앙으로 알리기 위해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신호로 상황을 알렸던 통신 수단이다. 조선시대 전국의 봉수대가 개수는 600개가 넘었던 것으로 전한다. 임진왜란 때 다대포에 나타난 왜적을 한양까지 알리는데 약 1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니, 봉수대간 거리를 약 12km 정도였다니 부산에서 한양까지 38개의 봉수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청의 봉화산은 등산로가 없다. 대신 임도가 봉수대까지 연결되어 차량으로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산청 봉화산의 특징은 전망이 탁 트여 시원하고 활공장이 있다. 봉수대 주차장이 잔디밭이므로 가볍게 쉬어가기 좋고, 자가운전자라면 필요한 먹거리와 텐트나 휴대용 의자를 설치 차박(車縛)이나 퇴근박(退勤縛)으로도 적당한 곳이다.
-소왕산 조망처에서 바라본 필봉산, 경호강 풍경이 참 편안하다.-
전국엔 황사 비상인데, 지리산자락 산청군은 맑은 하늘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황사 비상으로 올봄 들어 처음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되었다 한다. 어제부터 대축적된 미세먼지 탓에 대기 질이 나쁜데다, 황사 발원지인 중국 북동지역에서 날아온 황사가 유입되면서 대기 질이 악화하겠다. 대기 정체로 답답한 공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하며, 호흡기 질환자나 노약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한다면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호흡기가 약한 사람이라 바짝 긴장했는데, 지리산 자락인 이곳 산청군은 황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공기는 맑고 하늘은 높고 포근한 날씨는 봄꽃 개화를 재촉하고 있다.
-동의보감 촌의 정문인 동의문, 꽃으로 형상화한 서책 동의보감-
동의보감 촌(東醫寶鑑村) : 경남 산청군 금서면 특리의 왕산과 필봉산 기슭에 자리 잡은 동의보감촌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한방을 테마로 한 건강 체험 관광지로서, 엑스포주제관, 한의학박물관 한방기체험장, 한방테마공원, 동의본가, 한방자연휴양림, 본디올한의원, 숙박시설, 약초판매장 등 한방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을 갖추어 명실상부한 한방휴양 관광지의 메카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 힐링 여행 1번지이다. 한방온열체험, 약초향기주머니 만들기 체험, 어의·의녀복 입기 체험, 한방족욕체험 등 다양한 한방 관련 체험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망바위 전망대에 서니 동의보감 촌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묵은 숙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필봉산행을 마감하며
지리산 천왕봉 산행 때에도, 업무상 고속도로(통영-대전)를 지날 때마다 미답지로 섬처럼 남아있던 필봉산 능선,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오겠노라 마음에 담아 두었던 산릉선이다. 이번에도 일정에서 누락됐었으나, 곡절 끝에 필봉산 경유 왕산과 봉화산을 연계하기로 코스를 변경해 묵은 숙제 하나가 해결됐다. “지리산 멍 때리기” 2박 3일간의 프로젝트 일정 마지막 날이므로 상경시간을 감안해서 일정을 갈무리한다. 점심때가 지났으니 동의보감 촌 상가에서 우선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하고 보쌈집을 찾았다. 한방보쌈에 식사하며 하산주(맥주1병, 소주2병)를 나누며 안전산행을 자축했다. 콜택시가 도착했으니 목적지가 서울인 나는 산청터미널에서 하차하고, 목적지가 대전인 '고형'께서는 산청터미널에선 교통편이 없으니 진주터미널로 출발했다. 산청-남부터미널 버스가 16시35분 출발이니 무려 75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지루하게 기다리기 보다는 읍내를 한 바퀴를 돌아보며 시간을 죽였다. 3시간 30분을 달린 우등버스가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20:05) 지하철 3, 6호선을 이용해 귀가했다. 힘들만큼 빡센 일정은 아니었는데도 몹시 피곤하다. 기다림에 지쳤던지 아니면 나이 탓이리라. 힘들어도 산행에서 사용했던 배낭부터 정리하고, 3일간의 세탁물들을 모아 세탁기 돌리고, 씻고, 저녁밥 챙겨먹고, 카메라의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다보니 어느덧 자정이 넘었다. -끝-.
~오라는 곳도 불러준 이도 없지만 찾아가 안기면 언제나 포근하기만 한 山을 찾아서~
2025-03-18
계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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