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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길단풍 아직 가을이다, 아름드리 소나무 허리가 꺾여 있다.-

 

 

눈 흉기, 위험한 서울둘레길<구일역-석수역-호암산-관악산역>

2303024072호          2024-11-30()

 

자리한 곳  : 서울 구로, 금천, 관악구. 경기 안양 만안구.

지나온 길  : 구일역-둑길-석수역-불영암갈림-호압사-천주교성지-윤길묘-돌산갈림-관악산나들길-관악산역

거리및시간: 4시간33(11:00~15:33)          ※  도상거리  : 14.8km <걸음 수(步行數)  : 23,552>

함께한 이  : 계백 혼자서

산행 날씨  : 흐리고 약하게 가끔 비 <‘해 뜸 07:27,    해 짐 17:14’     ‘최저-2,     최고 8>

 

-폭설이 내렸지만 기온이 높아 가을이 느껴진다.-

 

그냥 걷고 싶어서 안양천 둑길을 마음먹고 찾았다.

엊그제 이례적 눈 폭탄이 투하로 혼란했던 11월 마지막 날이고 토요일인데 마음이 답답다. 날씨가 꾸무럭한 까닭인지 컨디션까지도 별로여서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사색하며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당한 장소를 찾느라 기억을 더듬다 서울 둘레길 안양천 둑길이 떠올랐다. 배낭을 꾸리며 진행코스(구일역-안양천둑길-석수역-관악산입구-사당역)는 거리상 20km남짓으로 정했다. 구일역에서 '서울둘레길'로 연결되는 쭉 뻗은 둑길에서 좌측의 아파트 숲, 우측의 안양천의 다양한 운동시설과 파크골프장 그리고 자전거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의 하나다. 석수역에서 호암산 숲길공원으로 이동, 백세건강계단에 올라선다. 불영암 등산로와 서울둘레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등산로에 쌓인 적설이 3일째인데 아직도 상당했다.

-금천구 관할 구역 휴일인데도 등산로 정비에 힘쓰고 있다-

 

금천구 관할 서울둘레길 호암산(숲길공원-호압사) 매우양호

이미 겨울준비를 끝낸 활엽수들은 폭설(무거운 습설)에도 비교적 피해가 덜했다. 반대로 침엽수(상록수라고도 부르는 침모양의 잎을 사시사철 유지하는 나무로 소나무가 대표)가 나무특성 때문에 폭설(습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대들보로 쓰이고도 남았을 아름드리 거목이 허리가 뎅강 두 동강이 나 있다. 송두리째 넘어져 땅에 처박혔고, 가지는 부러지거나 찍어지고 꺾인 처참한 잔해들을 인부들이 눈 속에서 처리하느라 구슬땀 흘리며, 막힌 서울둘레길을 뚫느라 기계톱소리가 요란했고, 기름 냄새가 진동한 수고로 호암산 트레킹엔 불편이 없었다. 호랑이를 누른다는 의미의 호압사(虎壓寺)까지는 쓰러진 나무로 인해 진행에 불편함은 없었는데도, 작업하느라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었음에 미안함이 앞선다.

-호암산 등산로, 그래도 평온한 호압사 풍경-

 

호암산(虎巖山) : 서울 금천구 시흥동 관악산 서쪽 끝 봉우리(393m)로 금천구의 주산이다.

산세가 호랑이를 닮았다 해서 근사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풍수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관악산과 더불어 한양도성을 위협하는 뫼로 인식되었다. 산자락에 호압사가 있어 호압산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는 금주산 · 금지산(금천의 주산)이라고도 불렀으며 산세가 호랑이 형상을 닮았다하여 호암산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관악구 관할구역 서울 둘레길 폭설 피해가 대단하다-

 

관악구 관할 서울둘레길 호암산(호압사-관악산입구)장애물 방치

호압사 고개에서 관악산의 소나무잎 개수로 구별하는 소나무류(소나무, 리키다소나무, 잣나무, 곰솔)를 읽어보고 머릿속으로 구분하며 호압사를 뒤로한다. 얼마 진행하지 않아 둘레길을 가로막거나 나무 계단위에 넘어져 길을 막거나, 쓰러진 나무를 피해서 돌고 돌아서 임시로를 진행하거나, 나무 밑으로 개처럼 기어서 통과해야 했다. 작업자와 기계톱소리, 기름 냄새는 찾을 수도, 느낄 수도 없었으니, 분위기상으론 다른 동네 이야기일 뿐이다. 아무튼 쓰러진 나무 피하랴! 시도 때도 없이 나무에 쌓여있던 눈덩어리는 눈 폭탄으로 돌변해서 떨어지므로, 모두 피해내기는 불가했지만, 천주교 성지까지는 요행으로 무탈하게 진행했다. 보살펴주신 호암산신령님께 감사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있어 피해갈 곳을 찾는데 머리위에서 수십 개의 눈 파편이 일시에 떨어졌다. 그중 한 조각이 머리위의 모자에 떨어졌으나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재수 없으면 크게 다치겠다는 생각에 공포감이 느껴지며, 갑자기 신바람이 사라지며 산행의지가 일시에 꺾여버렸다.

-차도에 쓰러진 소나무는 정리됐다, 관악산 입구 풍경-

 

이쯤에서 끝냄이 현명한 결정이란 내 판단에 따른다.

마음이 꺾인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눈길이 미끄럽고 몹시도 지루했으며, 특히 젖은 옷이 살갗에 닿으니 차가워 섬뜩하게 느껴진다. 칼바위와 돌산4거리를 내려서면서 오늘 원래의 산행목표는 사당역까지였으나 안전을 위해서 관악산역까지만 진행하고 끝내기로 단호하게 마음을 정한다. 서울둘레길에서 관악산 나들길(2차선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차량동행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겠지만 쓰러진 소나무를 장작크기로 잘라서 도로 가장자리에 가지런히 쌓아둔 풍경과 마주하고 보니, 이런저런 상상들이 줄을 이었다. 금천구관할과 관악구관할의 전혀 다른 폭설대처, 어느 쪽이 정답이고 오답이라고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마음으로 어느 관청의 대처방법이 더 호감이 간다. 까지는 생각이므로 막을 수도 통제할 수도 없지 않겠나? 자문자답해 본다.                      --.  

 

~오라는 곳도 불러준 이도 없지만 찾아가 안기면 언제나 포근하기만 한 을 찾아서~

 

2024-12-03

계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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